출퇴근길,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는 사람들을 봅니다.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지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흥얼거리기도 합니다. 음악의 선율 속에, 리듬 속에, 혹은 가사 속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겠죠. 이어폰을 귀에 꽂는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듯한 경험, 누구나 해 본 적 있을 겁니다.

음악뿐 아니라 영화도 밋밋한 일상에서 다른 세계로 우리를 데리고 가지요. 18세기 조선 시대로, 쿠바의 허름한 뒷골목으로, 머나먼 행성 판도라로요. 극장 불이 꺼지면 관객은 현재에서 영화가 선사하는 세상 속으로 ‘순간이동’을 하게 됩니다. 이 순간이동의 동반자는 바로 음악이고요.

영화와 음악, 둘 만큼 찰떡궁합 관계도 없을 겁니다. 영화는 음악에 기대고, 음악 또한 영화 덕을 보기도 하지요. 그러다 보니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는 지금까지 숱하게 만들어졌습니다. 최근 <위플래쉬>, <미라클 벨리에>, <러덜리스> 등 관객들 가슴을 ‘들었다 놨다’한 음악영화가 여럿 개봉했죠.

– 영화 <미라클 벨리에> 중 Je Vole –

하지만 우리가 더 오래 기억해야 할 영화가 있습니다. <사운드 오브 뮤직>(감독 로버트 와이즈), 개봉한지 약 50주년이 됐습니다. 1966년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음악편집상, 음향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하고 같은 해 골든 글로브 뮤지컬ㆍ코미디 부문 작품상, 여우주연상 등을 석권했지요.

50주년 기념으로 2015년 5월, 미국 500여 극장에서 영화가 재개봉됐습니다. 지난 9월부터 로스앤젤레스를 기점으로 미 전역에서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공연도 열렸고요. 국내에서도 <사운드 오브 뮤직>을 ‘내 인생의 영화’로 꼽는 사람들이 적잖습니다. 탤런트 김선아가 그러하고, 배우 조진웅도 ‘대사를 거의 외울 정도로’ 이 영화를 돌려봤다고 하죠.

배우들의 명연기, 감탄사를 불러일으키는 알프스 풍경, 가슴을 온기로 물들이는 스토리 등이 폭발적인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뭐니 뭐니 해도 영화의 1등 공신은 ‘음악’으로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음악 없는 <사운드 오브 뮤직>? 도무지 그려지지가 않습니다.

1965년에 개봉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미국 영화 연구소 선정 ‘위대한 뮤지컬 영화’,
‘역대 100대 영화’에 선정됐다.

–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 –

이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의 세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먼저는 ‘인생의 치어리더’이지요. 수녀 지망생 마리아(줄리 앤드루스)가 트랩 대령가(家)의 가정교사로 ‘발령’ 받아 수녀원을 떠날 때 부르는 노래를 들어보세요. “꿈꿔 보는 거야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 가치를 알게 하고 날 보여주는 거야 바로 나 자신을….” 늘 궁금해 했던 수녀원 바깥세상인데 막상 발을 내딛으려니 두려움이 엄습합니다. 하지만 마리아는 이 노래를 부르며 자신을 격려하지요. 노래가, 삶의 다음 챕터를 힘차게 열어젖히는 힘이 됩니다.

두 번째는 ‘일상의 재발견’입니다. 하늘 갈라지듯 천둥치는 어느 날 밤, 아이들은 무서워서 마리아 방으로 쪼르르 달려옵니다. 일곱 아이들을 모아놓고 마리아는 노래를 부르죠.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장미 꽃잎에 맺힌 빗방울과 아기 고양이의 수염, 초인종 소리….” 일상에서 만나는 흔한 풍경이 노래가 되고, 그 노래는 아이들이 느끼는 무서움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그 유명한 ‘도레미송’도 바늘 같은 일상의 사물이 얼마나 유쾌하게 노래로 변신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마지막은 ‘터닝포인트’입니다. 아내와 사별한 뒤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근 본 트랩 대령. 아이들의 노래(“호수에서 나무로 나르는 새의 날갯짓처럼 내 마음은 뛰놀고…”)를 듣자 빗장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본 트랩 대령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마법 같은 순간. 냉랭했던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치유가 일어나는 계기가 됩니다. 우리도 그런 적 있죠. 노래 한 곡이, 아니 가사 한 구절이 가슴 과녁 정중앙에 꽂히는 순간이요. 그때 우리는 크든 작든 어떤 전환점을 경험합니다.

♪ 도레미 송(Do Re Mi Song) – 사운드 오브 뮤직

♪ 에델바이스(Edelweiss) – 사운드 오브 뮤직

–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중 ‘도레미 송’ –

‘인생의 치어리더’, ‘일상의 재발견’, ‘터닝포인트’.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만날 수 있는 음악의 세 가지 모습입니다. 이는 달리 말하면, 음악이 지닌 힘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다시 해보라고 등 두들겨주는 힘, 일상에 ‘깨알재미’를 더하는 힘, 작더라도 변화의 계기를 주는 힘이요.

‘음악’의 자리에 ‘노래’ ‘힙합’ ‘클래식’과 같은 단어를 넣어도 그 힘은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모두 다 음악의 다른 이름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음악에 기대고 음악 덕에 힘을 받는 건 영화만이 아닐 겁니다. 우리 삶에 음악이란 동반자가 없다면 어떻게 이 팍팍한 하루하루를 건너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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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정수영     디자이너 | 김은교     캘리그라피 | 전혜진     퍼블리셔 | 갈미애
사진 | DAUM·NAVER 영화 사이트 및 영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