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민낯

여기, ‘불 지르고’ 다니는 두 청년이 있다.
세상의 강펀치에 ‘내가 할 수 있을까?’ 소심해진 사람들 마음에 불을 붙인다. 자꾸만 시비를 걸어오는 현실상황에 꿈이 쪼그라진 이들 가슴에도 불을 지핀다. 소셜벤처를 꿈꾸는 ‘열정에 기름붓기’의 이재선(26)‧표시형(25) 대표. 사회가 ‘정답지’로 제시한 길이 아닌 자신들 만의 인생길을 뚫어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청년 세대를 위해 더 화끈하게 불 낼 수 있을까’ 궁리하는 두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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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일은 팀원들에게 돌리는 자칭 츤데레’.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4학년 휴학 중. 청소년들에게 뭘 잘할 수 있고 뭘 좋아하는지 가능성을 열어주는 학교를 세우는 게 꿈이다.

남들 보기에 지저분한 패션이지만 꿋꿋이 ‘섹시 컨셉’이라고 주장한다.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3학년 휴학 중. 저녁식사로 스시+맥주를 먹을 수 있다면 행복 충전. 버킷리스트에 ‘대통령’이 있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없는 지극히 불안한 청춘이었다.
청춘이라는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젊음을 불태울 곳조차 찾지 못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대학 입학→‘스펙’ 쌓기→졸업→취업. 20대 청년들의 보편적인 인생 루트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이재선‧표시형 대표에게 그 루트는 자신들과 맞지 않은 듯 보였다.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싶었다. 2013년 군대 전역 후 어느 날, 둘은 술잔을 기울였다.

술자리의 화두가 ‘우리도 막연하게 스펙을 쌓을 것인가?’였어요. 군대 다녀와 보니 친구들이 스펙에 얽매여 있는 걸 봤거든요. 시형이와 얘기했죠. ‘우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멋지게 살아보자’고요. 당시 페이스북(페북) 페이지가 한창 뜰 때였어요. 둘 다 관심이 있던 터라 페북 콘텐츠 한번 만들어보자, 했죠.

작년 새해 첫 날, 재선 형이랑 신림동 카페에서 만났어요.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페이지를 만들기로 했죠. 콘텐츠의 주제는 ‘동기부여’로 정했고요.

한 달 정도 기획회의만 하다 보니 진전이 없더라고요. 너무 완벽해지려하고…. 그래서 ‘안 되겠다, 일단 올리고 보자’ 했어요. 작년 1월 28일에 첫 번째 콘텐츠를 페북에 올렸어요. 지인들 총 동원해서 ‘좋아요’ 구걸을 시작했죠.(웃음)

‘콘텐츠는 좋은데 페북용으로는 내용이 많이 진지하다’ ‘길이가 길다’ 지인들의 반응은 그랬다.
실제로 웃기거나 야한 내용, 맛집 정보 같은콘텐츠가 페북 페이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동요하지 않았다. 왜? ‘우리가 좋아서 하는 거’였기 때문이다.

“불안과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난 이제 조금씩 이것들을 정리해나가고 있다.
‘열정에 기름붓기’는
내가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이자 꿈이다.”

20~30대 청춘을 응원하는 소셜 콘텐츠들이 갈수록 넘쳐난다. 어쩌면 ‘격려와 힐링’을
제공하는 ‘착한 콘텐츠’ 시장은 이제 레드오션일지도 모른다. 주목을 끌지 못하면
간판을 내려야 하는 이 치열한 시장에서 ‘열정에 기름붓기’는 제법 선전하고 있다.

장인정신으로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인 거 같아요. 초반엔 글 속에 따옴표를 넣느냐 마느냐를 놓고 팀원끼리 1시간 동안 싸우고 그랬어요. 문장은 존댓말로 쓸까 반말로 쓸까, 또 서체는 뭘로 할까 고민 많이 했어요.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도 ‘빡세게’ 했지요. 열심히 쓴 건 알지만 내가 구독자면 ‘좋아요’ 안 누른다고 솔직히 얘기하고.(웃음) 저희처럼 동기부여 콘텐츠 페이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꽤 됐어요. 하지만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어요.

저희는 ‘착하게 살라’는 말 안 해요. 엄청난 도덕성을 강요하지 않고요. 저희도 착한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또 ‘떠나라’란 말도 안 해요.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말만 하기로 했거든요. 저희가 쓰는 메시지처럼 살려고 아등바등 노력해요. 그걸 구독자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요.

‘좋아서 시작한 일을 포기하자 말자’고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었지만, ‘열정에 기름붓기’를 접으려
했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재선 대표 말대로 ‘깜냥도 안 되고 팀을 운영할 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출근 않고 콘텐츠 생각도 치워뒀다. 하지만 쉬는 동안 되레 더 확실히
깨달았다.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힘을 주는 일 안 하면 우리가 못 배기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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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로 변신한 청춘들이
마음껏 꿈꾸는 시간.
‘번데기 프로젝트’는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을 돌며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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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들의 꿈이 날아올랐다!
‘번데기 프로젝트’의 피날레는
번데기가 나비로 변하는 캠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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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말 제가 원하는 확실한 하나를
하고 있기에 행복합니다.”
‘열대야 프로젝트’에서 발표하고 있는 위일환.

‘열정에 기름붓기’ 콘텐츠의 특징은 오프라인 활동에서도 찾을 수 있다. 두 대표는 온라인
콘텐츠로 전달해온 메시지를 직접 실천에 옮기고 싶었다. 그 바람에서 탄생한 콘텐츠가
‘열대야’와 ‘번데기’ 프로젝트다. ‘열대야’는 지난해 8월, ‘번데기’는 11~12월에 걸쳐 진행됐다.

어떤 오프라인 행사를 준비할까 오랜 고민 끝에 강연회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어요. 대신 유명 인사를 초청하는 게 아니라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보통 사람들’을 강연자로 세우기로 했죠. 3일 동안 300명이 모여서 서로의 꿈과 고민을 나눴어요. 꿈의 방향을 세우고 다시 달려갈 힘을 얻었다는 참가자들의 이야길 듣는데 뿌듯하더라고요.

교통사고로 입원했다가 11월에 퇴원했어요. 재선 형이 “시형아, 같이 갈 데가 있다”고 하면서 대전으로 데리고 가더라고요. 대전 길바닥에서 침낭을 펴고 잠을 잤어요. 청년들이 잠잘 때만이라도 푸~욱 꿈을 꿀 수 있게 하자는 ‘번데기 프로젝트’였지요.

사회에선 젊은이들에게 꿈꾸라고 말하지만, 정작 청년들은 치열하게 살다보면 마음껏 꿈꿀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번데기’ 같을지라도 ‘나비’처럼 날아오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두 번째 프로젝트를 기획한 거였어요.

솔직히 번데기 프로젝트 때문에 욕 많이 먹었어요. 인터넷에 ‘배가 불러서 노숙 퍼포먼스를 벌인다’, ‘저렇게 해서 매스컴 타고 스펙 만들어 취직하겠네’ 악플이 300개 넘게 달렸어요. 저희의 취지와는 다르게 보도돼서 아쉬움이 크지만 그때 일로 맷집이 강해진 것 같아요.

공개적으로 크게 한 번 데었으니 오프라인 행사는 훗날을 기약하고 싶을 만 한데, 두 대표는 또 일을 벌이고 있다.
10월21일에 열릴 ‘청춘, 밤에 뜨는 열기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열정 있고 실력도 갖췄지만 작품을 무대에
올릴 기회가 없는 젊은 예술가들을 위해 전시회를 열어주는 행사다.
이재선·표시형 대표가 기획하는 프로젝트의 면면을 살펴보면 청년을 향한 두 사람의 일관된 마음이 보인다.

‘열정에 기름붓기’가 유독 눈에 들어온 까닭은 이들이 올리는 콘텐츠 속에 담긴 ‘공감의 언어’ 때문이었다. 두터운 팬층이 생겼지만 올해의 목표가 ‘서바이벌’이라고 고백할 만큼 두 대표 역시 여느 청년들처럼 불안하고 불확실한 길을 가고 있다. 그 길 위에는 수시로 딴지를 거는 목소리, 태클 거는 사람들, 뒤통수치는 일들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이재선·표시형 대표는 그러한 일들과 ‘맞장 뜨는 법’을 이미 알고 있다. ‘우직하게 꾸준히 그리고 실행하기’. 누구나 다 아는, 그래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정공법. 하지만 젊은 두 대표가 흔들리면서도 살아 내고 있는 이 정공법이 미지(未知)로 가득한 인생길의 표지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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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 정수영     포토그래퍼 | 조윤구     디자인 | 이지혜     퍼블리셔 | 박현원     사진제공 | 열정에 기름붓기